[Exhibition] 2010 건축스케치 1회 개인전 @이앙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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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작가의 스케치북과 스케치   

 

현 시대의 미술은 각 매체의 역할과 기능이 계속해서 재정의되고 확장되어 나가고 있다. 스케치의 상위 개념인 드로잉 역시 미술가들이 작품제작 전에 예비적으로 그리는 밑그림 혹은 대상물을 신속하게 묘사하는 습작을 의미했으나, 18세기 이후에 이르러 시각적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는 독립적인 영역으로 그 잠재력이 확대되었다. 갤러리 이앙에서 초대전으로 진행되는 ‘집을 그리는 사람 박정연의 건축 스케치전’은 건축물을 모태로 하고 있지만 드로잉 자체의 예술성을 부각시켜 기획한 전시라 하겠다. 특히 미술 비전공자인 박정연 건축가의 드로잉 실력이 갤러리를 방문한 미술전공 교수와 학생들에게 큰 자극을 준 것에 깊은 의미를 두고 싶다.

 

1. 스케치북

박정연 건축가의 건축스케치 전시는 그의 작은 스케치북들에서 출발하였다. 그 속에는 그가 국내외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실제의 ‘건축공간’을 기록하고 스케치한 시간과 공간의 흔적들이 묻어있었다. 작가에게 있어 스케치북은 역동적인 개방성을 대변하는 캔버스가 된다. 이것은 작업실의 정체되고 막혀있는 공기가 아닌 외부의 생동적인 공기를 선과 형태에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시는 스케치북의 울타리에서 각 작품들을 분리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본격화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성인식을 맞이하는 의식 같은 것으로 작품 개별의 독자성과 예술작품 원본이 지니는 시간과 공간에서의 현존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스케치북 속 시각언어를 통해 건축과 자신을 표현한다. 스케치의 대상, 즉 건축물의 실루엣을 따라 움직이는 작가의 눈은 시각적 터치를 통해 전체의 비율을 읽어내고, 작가의 손은 세부적인 표현을 이루어냈다. 이는 곧 자신이 그 건축물을 이해하고 있는 정도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건축물과 그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부드럽고 섬세한 선들은 카메라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굳이 스케치라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택한 작가의 성실한 고집과도 닮아 있다.

 

2. 건축 스케치

약 50여점이 전시된 그의 스케치들은 크게 서양건축과 동양건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양건축으로는 유럽 도처의 성당들부터 체코 프라하에 있는 프랭크 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가우디의 건축물 스케치들이 전시되었다. 동양건축은 우리나라의 전통가옥인 보길도 세연정, 정읍 김동수 가옥 등과 영주 부석사, 담양 소쇄원 등이 있으며, 일본의 구마모토성의 스케치도 함께 전시되었다. 또한 전시장 한 켠에는 송도와 파주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보여주는 스케치와 노만 포스터, 자하 하디드 같은 유명 건축가들의 스터디 작품들, 그리고 전시 작 외 스케치들과 직접 촬영한 건축물 사진들이 영상관에서 소개되는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작품들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작업한 것과 사진촬영 자료를 바탕으로 그린 것, 그리고 채색이 가미된 스케치의 세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 스케치에는 대체로 펜, 싸인펜, 먹 등이 사용되었는데, 작가가 현장에서 단시간에 형태를 담아낸 작품은 부드러운 질감의 굵은 싸인펜으로 그려졌고, 여행 이후 여유롭게 완성한 것은 볼펜처럼 섬세한 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료로 표현되었다. 또한 전통가옥 작품들은 부분 먹칠을 해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회화나 디자인, 공예, 설치, 사진 등 여러 장르의 전시들은 전시장에서 뿜어내는 그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이것은 각 작품이 가지는 매체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전시 공간 자체가 만들어내는 ‘공간 아우라’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본 전시 역시 장르 특유의 공간 아우라에 작가의 선으로 재 탄생한 건축물 공간의 아우라가 더해져 관람객들로 하여금 훨씬 더 명료한 기억을 상기하게 한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에 작은 스케치북과 카메라를 들고 건축답사기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김현지(갤러리 이앙 큐레이터)